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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일반

기술 중심 CEO와 CTO의 충돌 구조 — 왜 같은 방향을 보면서도 부딪히는가

by 바이트뉴클리어스.넷 2026.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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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CTO가 말을 안 들어요" — 이 문장의 진짜 의미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CTO가 비즈니스를 이해 못 해요." 반대편에서는 "CEO가 기술을 너무 모르면서 일정만 밀어붙여요"라는 말이 들립니다.

흥미로운 건, 양쪽 다 회사를 잘 만들고 싶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데 왜 충돌이 생기는 걸까요? 그리고 기술 백그라운드를 가진 CEO라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기술을 아는 CEO와 CTO의 충돌은 오히려 더 복잡한 양상을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구조적 원인과 실질적인 해결 방향을 짚어보겠습니다.


CEO와 CTO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간축 위에 서 있습니다

CEO와 CTO의 갈등은 대부분 시간에 대한 관점 차이에서 시작됩니다.

CEO는 시장의 시계를 봅니다. 투자자 미팅이 3주 뒤이고,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내달 출시한다면, CEO에게는 "지금 당장 되는 것"이 생존의 문제입니다. LG경영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CTO가 CEO를 비롯한 경영진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R&D 성과를 정량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CEO의 세계에서는 측정 가능한 결과가 빠르게 필요합니다.

CTO는 기술의 시계를 봅니다. 지금 급하게 만든 코드가 6개월 뒤에 기술 부채로 돌아와서 전체 시스템을 리팩토링해야 하는 상황, CTO는 이 미래를 이미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고 있습니다. CIO Korea의 보도에 따르면, 기술 부채는 거의 모든 IT 프로젝트에서 피할 수 없는 비용이며 적절한 관리 전략이 없으면 비즈니스 리스크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문제는 양쪽 다 틀린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시장 타이밍을 놓치면 완벽한 코드도 쓸모없고, 기술 기반이 무너지면 아무리 빠른 출시도 의미가 없습니다.

 


기술 출신 CEO가 CTO와 더 심하게 충돌하는 이유

여기서 반직관적인 현상이 나타납니다. 기술을 모르는 CEO보다 기술을 아는 CEO가 CTO와 더 깊게 충돌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첫 번째, "내가 해봐서 아는데" 증후군

개발자 출신 CEO는 기술적 판단에 대해 자기만의 경험치가 있습니다. "그 아키텍처 방식은 이전 회사에서도 문제가 많았어"라는 식의 개입이 발생합니다. CTO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문 영역에 대한 침범으로 느끼게 됩니다.

amazingcto.com의 분석에 따르면, CEO-CTO 관계에서 많은 CTO들이 자신을 여전히 "경영 타이틀을 가진 개발자"로 여기는 반면, CEO는 CTO에게 회사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C레벨 경영자 역할을 기대합니다. 기술 출신 CEO의 경우 이 기대치가 더 구체적이고 까다로워지는 거죠.

두 번째, 기술 결정의 주도권 문제

비기술 CEO는 기술 결정을 CTO에게 위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기술 출신 CEO는 "마이크로서비스로 갈 거야, 모놀리스로 갈 거야?" 같은 아키텍처 수준의 질문을 직접 던집니다. 이것이 건설적 토론으로 이어지면 시너지가 되지만, 결정권이 모호해지면 조직 전체가 혼란에 빠집니다.

세 번째, 성장 속도의 비대칭

심리학자 Matt Jones는 공동 창업자 갈등에 대해 분석하면서, CEO는 투자자, 이사회, 다른 CEO들과의 네트워크에서 끊임없이 성장 자극을 받는 반면, CTO는 상대적으로 그러한 외부 인풋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시리즈 A, B 단계에서 이 격차가 특히 두드러지며, 비CEO 공동창업자가 회사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충돌이 실제로 일어나는 5가지 전형적 시나리오

그렇다면 CEO와 CTO의 갈등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터질까요?

 

시나리오 1 — 출시 일정 vs 기술 품질 CEO: "다음 달까지 MVP 나와야 해." CTO: "그 일정이면 보안 테스트를 건너뛰어야 합니다." 이 갈등은 거의 모든 스타트업에서 반복됩니다. CIO Korea의 2026 IT 전망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경영진 AI 기대와 현실 간 격차를 1/3의 응답자가 가장 큰 문화적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기술에 대한 기대와 실제 구현 가능성의 간극은 AI 시대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2 — 기술 스택 선택 CEO: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을 쓰자." CTO: "새로운 기술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이 논쟁은 단순한 기술 선호 문제가 아닙니다. 채용 시장, 유지보수 비용, 확장성이 모두 얽혀 있습니다.

 

시나리오 3 — 인력 충원 우선순위 CEO: "영업팀부터 키워야 해." CTO: "시니어 개발자 한 명이 지금 급합니다." 예산이 유한한 상황에서 어디에 먼저 투자할지는 CEO와 CTO의 세계관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입니다.

 

시나리오 4 — 기술 부채 해소 시점 CEO: "리팩토링은 다음 분기에." CTO: "지금 안 하면 6개월 뒤에 전면 재구축입니다." 이건 결국 보이지 않는 비용에 대한 감각 차이입니다.

 

시나리오 5 — 외부 솔루션 도입 vs 자체 개발 CEO: "SaaS 사서 빨리 해결하자." CTO: "내부에서 만들면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롭다." LG경영연구원은 CFO가 원가 절감을 위해 외부 기술 도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는데, CEO 역시 비슷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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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이 파괴적으로 변하는 순간

갈등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문제는 갈등이 방치될 때 발생합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공동창업자 간 갈등으로 인해 43%의 창업자가 결별했으며, 65%의 유망한 스타트업이 공동창업자 간 의견 불일치로 실패했다고 합니다. Y Combinator 파트너 출신의 Garry Tan은 자신의 공동창업 경험을 돌아보며,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공동창업자와의 대면 자체를 피하게 되었고, 결국 건강한 파트너십의 기반이 무너졌다고 회고합니다.

 

파괴적 충돌의 징후는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나타납니다.

 

첫째, 의사결정 우회 현상입니다. CTO의 기술 결정을 CEO가 반복적으로 번복하거나, 반대로 CTO가 CEO에게 보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기술 방향을 정하는 상황입니다.

 

둘째, 정보 비대칭의 심화입니다. 부킹닷컴의 CSO는 기술 리더와 비즈니스 리더가 같은 방향을 보지 못하면 프로젝트 지연이나 취약점 증가로 나타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상황은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립니다.

 

셋째, 제3자를 통한 갈등 해결 시도입니다. Psychology Today의 분석에 따르면, COO나 이사회 멤버를 갈등 중재자로 끌어들이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새로 들어온 제3자가 "부모의 감정을 관리하는 아이" 같은 역할을 떠안게 되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충돌 구조를 설계하는 법

갈등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대신 갈등이 생산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역할의 경계를 명시적으로 합의하세요

"기술 결정은 CTO가, 사업 결정은 CEO가"라는 원칙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영역이 겹치는 회색 지대가 대부분입니다. 기술 스택 선택이 채용에 영향을 주고, 출시 일정이 코드 품질에 영향을 주니까요.

효과적인 방법은 의사결정 매트릭스를 만드는 겁니다. 어떤 유형의 결정에서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누가 자문 역할을 하는지 미리 합의해두는 것입니다. Kapwing의 공동창업자들은 초기에 역할과 지분을 명확히 정한 것이 이후 갈등 해결의 기반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정기적인 1:1 미팅을 의무화하세요

amazingcto.com에서는 CEO-CTO 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주간 1:1 미팅과 명시적인 기대치 설정을 강조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현안 보고가 아니라, 서로의 관점 차이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CTO는 기술 이슈를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해서 설명해야 하고, CEO는 시장의 압박을 기술적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술 성과를 정량화하는 공동 지표를 만드세요

GE의 CTO는 기업 연구소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제품 매출 비중, 특허의 양과 질, 기술 라이센스 수입 같은 정량 지표가 그 예입니다.

CEO와 CTO가 함께 합의한 기술 KPI가 있으면, "감"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포 주기, 시스템 안정성(업타임), 기술 부채 비율 같은 지표가 유용합니다.

갈등을 시스템으로 해결하세요

하이퍼리즘 기술 블로그에서는 CTO의 의사결정 방식으로 "사례 기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합니다. 추상적으로 "이게 더 나아요"라고 말하는 대신, 과거의 구체적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일정이나 품질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는 감이나 직관이 아닌 데이터와 사례로 대화하는 것이 갈등의 감정적 측면을 줄여줍니다.


1인 기업에서는 이 충돌이 어떻게 나타날까요

"저는 혼자 하는데 CEO-CTO 갈등이 무슨 상관이죠?"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1인 기업이나 솔로 파운더에게도 이 충돌 구조는 그대로 존재합니다. 다만 외부 갈등이 아니라 내면의 갈등으로 나타나는 것뿐입니다.

"이 기능을 좀 더 완성도 있게 만들고 출시할까, 아니면 지금 바로 시장에 내놓을까?" 이 질문 앞에서 머릿속의 CEO와 CTO가 매일 싸우고 있는 겁니다.

이런 내면의 충돌을 관리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의사결정 일지를 쓰는 겁니다. "오늘 이 결정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내렸다" 또는 "이번은 기술 품질을 우선했다"를 기록하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스스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 도구에서 이런 의사결정 로그를 관리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결국 이것은 "언어의 문제"입니다

CEO와 CTO의 충돌은 결국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때 격화됩니다.

CEO가 "빨리 해줘"라고 말할 때, CTO는 "품질을 포기하라는 건가?"로 해석합니다. CTO가 "리팩토링이 필요해요"라고 말할 때, CEO는 "또 일정이 밀리는 건가?"로 받아들입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CTO의 역할이 단순히 기술 성능과 비용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민첩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CTO가 비즈니스 언어를 배우는 것은 자기 역할의 확장이지 타협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CEO가 기술적 제약을 이해하는 것은 더 현실적인 전략 수립의 기반이 됩니다.

건강한 CEO-CTO 관계에서는 서로의 언어를 번역해줄 수 있는 "이중 언어 구사자"가 최소 한 명은 있어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CEO와 CTO 모두가 상대의 영역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가장 중요한 관계인 만큼, 이 충돌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분명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오늘 소개한 프레임워크가 여러분의 조직에서 생산적인 긴장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